톤 콘트롤과 파라메트릭 이퀄라이저 사용 방법 – 초보의 초보 음향 공개강좌 ⑫

주파수 대역과, 고음·중음·저음이 톤에 미치는 영향을 찰흙 조각을 통해 생각해 보고, 톤 콘트롤러로써의 이퀄라이저 사용 방법과 함께 파라메트릭 이퀄라이저에 대해 살펴본다. -초보의 초보 음향 공개강좌 ⑫

앞서 11회에서 이퀄라이저의 주 용도 중 하나인 룸 이퀄라이제이션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번 회에는 독자제위의 주된 관심사일, 톤 콘트롤러(Tone controller)로써의 EQ의 사용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톤(Tone)의 의미

오래된 라디오나 소형 앰프를 보면 톤(Tone)이라는 놉(Knob)이나 BASS, TREBLE이라 적혀 있는 두 개의 놉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놉을 돌리면 소리가 먹먹해지거나, 날카로워진다. 이 단순한 톤 컨트롤러가 오늘날 음향 엔지니어링에서 톤 컨트롤러로서 사용되는 이퀄라이저(Equalizer, EQ)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다.

톤이라는 것은 단순히 주파수의 높낮이나 스펙트럼의 분포만을 뜻하지 않는다. 톤은 음원의 물리적 특성과 인간의 심리적 해석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톤은 소리의 스펙트럼에 내재된 특징으로, 동일한 음이라도 톤의 미묘한 변화에 따라 따뜻함, 차가움, 부드러움, 혹은 선명함처럼 전혀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청각이 단순히 진동을 감지하는 기관이 아니라, 감정과 기억, 공간적 인지까지 함께 작동하는 심리적 해석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술적으로 이퀄라이저는, 저음과 고음의 주파수 대역을 조정하는 간단한 필터 회로에 불과하지만, 그 효과는 단순히 주파수를 바꾸는 것을 넘어 소리의 인상을 바꾸게 된다. 결국, 음향 엔지니어링에서 톤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적 행위를 넘어, 공간과 매체에 어울리는 음색을 설계하며, 궁극적으로는 청중의 감정적 경험을 설계하고, 음원과 화자가 가진 이미지와 메시지를 완성하는, 예술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주파수 대역과 톤

잠시 과거로 돌아가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찰흙으로 작품을 만들던 경험을 떠올려 보자. 서있는 사람의 환조(丸彫)를 만든다고 할 때, 철사나 나무 젓가락으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찰흙을 붙여 살집과 얼굴 형태를 만든 다음, 조각칼 등을 이용해 눈썹이나 입과 같은 디테일한 모습을 표현한다.

찰흙 조각
찰흙 조각

소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각각의 음원을 하나의 환조 작품으로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은 관계가 성립한다.

  1. 살집 – 저음(Low Frequency)
  2. 뼈대 – 중음(Mid Frequency)
  3. 화장 – 고음(High Frequency)

결국, 이 세 영역이 균형을 이루어야 톤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저음이 과하면 무겁고 답답하며, 고음이 과하면 날카롭고 거칠어진다. 그리고 중음이 흔들리면 전체의 형태가 무너진다. 톤 콘트롤러로써의 이퀄라이저는 바로 이 세 영역의 비율을 조정하여, 음원의 조형미를 다듬는 도구이다.

중음(Mid Frequency) – 뼈대

환조 작품에서 뼈대가 작품의 전체적인 형태, 구조, 그리고 균형을 잡아주는 것처럼, 소리에서 중음역(Mid Frequency)은 그 음원의 정체성과 구조를 담당한다. 사람의 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역이 바로 이 중음역이며, 다음과 같은 소리의 핵심 요소가 대부분 이곳에 포함되어 있다.

  1. 명료도 (Clarity) : 사람의 육성이 또렷하게 들리고, 말의 내용과 노래의 가사를 전달한다.
  2. 존재감 (Presence) : 음원이 다른 음원에 ‘파묻히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3. 타격감 (Punch) : 스네어(Snare) 드럼이나 탐(Tom)의 ‘탁’ 치는 듯한 타격감

만약 중음역이 부족하다면, 소리는 뼈대가 없는 조각상처럼 힘없이 무너지고 흐릿하게 들리며, 아무리 저음이 풍부하고 고음이 화려해도 소리가 ‘비어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필자는 ‘맥아리가 없다’란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반대로, 과도하면 피노키오의 튀어나온 코마냥 소리가 거칠고(Harsh), 답답하게 들릴 수 있다. 결국, 소리의 기본적인 형태와 존재감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 ‘뼈대’인 중음역이며, 이 대역을 얼마나 잘 제어하는지가 엔지니어의 실력이 대놓고 드러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저음(Low Frequency) – 살집

환조 작품에서 뼈대 위에 찰흙을 붙여 만드는 ‘살집’은 그 작품의 전체적인 무게감(Weight)과 규모(Scale), 그리고 풍성함(Fullness)을 결정한다. 소리에서는 저음역(Low Frequency)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음원의 힘과 전체적인 규모감, 풍성함과 따스함을 담당한다. 킥 드럼의 ‘쿵’ 하는 가슴을 때리는 울림(Thump), 베이스 기타의 묵직한 라인,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울림 등, 소리를 ‘크고’, ‘웅장하게’, 그리고 ‘풍성하게’ 느끼게 하는 에너지가 모두 이 저음역에서 나온다.

만약 저음역이 부족하다면, 조각상이 살집 없이 앙상한 것처럼 소리가 가볍고(Thin), 힘이 없으며, 빈약한 느낌을 받게 된다. 반대로 저음역이 과도하게 강조(Boost)되면, 살이 너무 많아 둔해 보이는 것처럼 소리가 둔탁하고(Muddy) 웅웅거리며, 중음역의 ‘뼈대’와 고음역의 디테일을 가려버려 전체적인 소리가 불분명해진다.

고음(High Frequency) – 화장과 디테일

환조 작품의 ‘뼈대’와 ‘살집’이 완성된 후, 마지막으로 조각칼로 눈썹이나 입술을 다듬고 표면을 매끄럽게 하거나 질감을 더해 생동감을 불어넣는 과정을 ‘화장’ 또는 ‘마무리 작업’이라 비유할 수 있다. 소리에서 고음역(High Frequency)은 바로 이 마무리 작업에 해당한다. 소리의 선명도와 질감, 그리고 공간감을 담당하며 사운드 전체에 생기와 입체감을 더한다.

보컬의 숨소리나 ‘ㅅ’, ‘ㅌ’ 같은 치찰음(Sibilance), 하이햇(Hi-hat)이나 심벌즈의 ‘찰랑거리는’ 소리, 기타나 바이올린 현의 ‘까랑까랑한’ 질감 등 소리의 세밀한 디테일이 모두 이 고음역에 포함된다. 이 대역은 소리가 ‘가깝게’ 혹은 ‘멀게’ 느껴지는 공간감을 만드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음원의 화려함을 나타낸다.

만약 고음역이 부족하다면, 디테일이 뭉개진 조각상처럼 소리가 답답하고 먹먹하게 들리며, 마치 커튼 뒤에서 소리가 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반대로 고음역이 과도하면, 화장이 너무 진하거나 표면이 날카로운 것처럼 소리가 거칠고, 날카로우며 귀를 피로하게 만든다.

결국 고음역은 소리의 ‘뼈대’와 ‘살집’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소리에 생생한 현실감과 선명함을 부여하는 ‘조명’ 또는 ‘화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파라메트릭 이퀄라이저의 사용방법

이퀄라이저 가운데에서도 가장 세밀한 조정이 가능한 것이 바로 파라메트릭 이퀄라이저(Parametric Equalizer, PEQ)이다. 앞서 말했듯, PEQ는 사용자가 직접 중심 주파수, 레벨, Q 값을 직접 조정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요소의 조합을 통해, 엔지니어는 특정 악기나 음성의 문제 대역을 정확히 찾아내어 깎거나 강조할 수 있다.

SSL Origin과 Mackie SR40의 이퀄라이저
SSL Origin과 Mackie SR40의 이퀄라이저

아날로그 콘솔에서는 이 구조를 조금 더 직관적인 방식으로 접할 수 있다. 위의 그림 왼쪽에는 SSL의 Origin 오디오 믹서의 EQ섹션, 오른쪽에는 Mackie SR40-8 오디오 믹서의 이퀄라이저 섹션으로, 중음대에 중심 주파수와 레벨을 조정할 수 있는 두 개의 놉이 배치되거나 Q 값을 조정할 수 있는 놉을 포함해 세 개의 놉이 배치된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아날로그 콘솔의 EQ 섹션은 아래의 디지털 믹서의 그래픽 화면에서 보는 PEQ의 물리적 형태라 할 수 있다.

Behringer X32 파라메트릭 EQ 화면
Behringer X32 파라메트릭 EQ 화면

다소 공학적인 측면이 있었던 ‘룸 이퀄라이제이션’을 위한 EQ의 사용법과는 다르게, ‘톤 컨트롤러’로 EQ 사용 방법은 사실 정해진 방법이 없다. 그저 놉을 돌려보면서 소리가 어떻게 바뀌는지 직접 들어가며 예쁜 소리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몇 가지 팁과 가이드를 든다면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 시작은 Flat부터 : 모든 레벨 조정 놉을 12시 방향(0dB, Unity) 상태에 두고 조정을 시작한다.
  2. 과도한 가감은 지양 : 음원의 상태가 불량(예: 화자의 목감기, 저품질 음원의 노이즈 등)하지 않다면 레벨 조정 놉은 3시~9시 방향 범위를 넘기지 않는다.
  3. 중음-저음-고음의 순서대로 : 중음은 음원의 뼈대요 정체성이다. 찰흙 시간을 기억하라.
  4. 공감각의 활용 : (톤 뿐 아니라) 소리를 시각화 해서 머릿속에 그려본다. 중앙에 주제가 되는 음원이 있으면, 배경을 채우는 음원도 있다.
  5. 적당한 중심 주파수와 Q값 잡는 방법 : PEQ의 레벨을 -3dB 정도로 두고 중심 주파수를 좌에서 우로 돌려본다. 어느 순간 ‘과도한 존재감’이 줄어드는 때가 있다. 그 상태에서 Q값을 조정해가며 가장 좁은 범위의 Q값을 찾는다.

마무리

우리나라의 경우, 이퀄라이저를 설정할 때 중음대역을 감쇄(cut)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다. 일반 대중 뿐 아니라, 뮤지션들도 자신 악기의 EQ를 무조건 ‘V’자 형태로 놓고 사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연주자들 끼리 앰프에 달린 GEQ를 보면서 “이거는 무조건 V자로 해야해” 라고 대화하는 것을 본 적도 있다.) 라이브 현장이나 조금 규모있는 홀에 가 보아도 GEQ를 ‘V’자 형태로 설정해 놓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이 있고 그 형태가 그 공간에 가장 적합한 형태일 수 있겠다. 하지만 그 세팅이 실제 청취 결과에 근거한 조정의 결과인지, 단지 관성적인 습관(또는 만만한 설정)인지 여부는 눈으로만 봐도 구분된다. 음향 엔지니어라면, 자신이 다루는 음원의 핵심을 스스로 지워버리는 행위는 피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폐간된 잡지, 사운드아트 2000년 6/7월호에 우리나라 1세대 음향 엔지니어 김광곤 전 MBC 미디어텍 사장의 인터뷰가 나온다. 기자가 국내 방송 음향의 문제점에 대해 질문하자 김광곤 사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라디오를 켜서 AFKN과 다른 여러 방송을 들려준 다음 이렇게 답한다.

차이를 알겠어요? 우리나라 방송에는 미드(MID)가 없어요

3회에 걸쳐 이퀄라이저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았다. EQ는 예쁜 소리를 공간에 그려내기 위한 엔지니어의 핵심 도구이며, 공학적인 접근과 동시에 창조적인 접근이 필요한 장비이다.

사실 이래저래 거창하게 써놓았으나, 결론은 한 가지다. 많이 접해보고, 많이 들어보고, 많이 만져보면 된다. 그 누구도 엄마 뱃속에서부터 EQ를 만지다 나온 사람은 없다. 그리고 엔지니어 스스로 듣기 좋은 소리가 청중들에게도 듣기 좋은 소리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EQ에 손 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길 바란다.

다음 회차에는 소리에 공간감을 더해주는 시공간계 이펙터인 에코(echo)와 리버브(reverb)에 대해서 알아보고, 디지털 멀티 이펙터 사용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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