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 엔지니어의 첫걸음. 음향 엔지니어가 다루는 기본 적인 '소리'의 특성에 대해 설명한다. 소리의 본질과 진동, 주파수, 엔벨롭, 음색에 대한 간단한 정리와 함께 원리를 이해하고 청각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초보의 초보 음향 공개강좌 ①
음향 엔지니어란?
여러 발달생물학과 신경생리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포유류는 감각기관이 촉각 → 미각 → 후각 → 청각 → 시각의 순서로 만들어진다. 촉각, 미각, 후각이 어머니의 존재를 인식하는 감각이라면, 청각과 시각은 세상 바깥과 관계를 맺게 해주는 창문이다. 즉, 청각은 한 사람이 세상과 이어지는 첫 번째 감각이다.
하지만 이 둘은 성격이 다르다. 시각만으로 이어진 관계는 멀리서 바라보는 ‘구경꾼의 관계’다. 눈으로만 본다면, 나와 상관 없이 일어나는 일을 그저 멀리 떨어져 구경하는 것뿐이요, 지나가는 행인 1에 머물게 된다. 그러나 소리가 이어지는 순간, 지나가는 행인 1은 아는 사람이 된다. 나와 상관 없이 멀리서 일어나던 일이 나와 상관있는 일이 되고, 구경꾼에서 함께하는 참여자로 바뀐다. 저 멀리서 번쩍이는 빛 줄기에 불과했던 번개는, 천지를 진동하며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천둥이 된다.
시각의 공유를 넘어, 소리를 듣고 소리를 들려주는 청각의 공유는 바로 두 존재 사이에 소통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즉, 청각은 세상과 우리를 잇는 두 감각 중, 교류와 소통을 시작하게 만드는 더 내밀한 감각이다.
음향 엔지니어는, 단순히 기기를 조작하는 사람이 아니다. 무대와 객석을, 화자와 청자를, 사람과 사람을 소리로 이어주는 사람이다. 연설자의 진심을 청중에게 전달해주고, 무대의 행복과 슬픔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며, 같은 공간에 있는 모든 이들이 함께 마음을 나누며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소리로 공간을 채워주는 사람이다.
초보의 초보 음향 공개강좌는 2005년 3월 17일에 첫 시작된 본 필자의 첫 공개 강좌로 18회에 걸쳐 음향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해 알아본다. 목적이 어떻든, 장소가 어떻든, 규모가 어떻든, 이토록 멋지고 굉장한 일을 조금이라도 더 잘 해보자는 노력과 소망이 본 필자의 글과 독자 제위를 만나게 해 주었을 것이다. 부디 본 공개강좌가 독자 제위에게 작게나마 응원과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소리란 무엇인가?
음향 엔지니어는 ‘소리를 만지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소리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일단 물리적 현상을 가지고 정의를 내려보자. 소리란 압력의 변화가 공기와 같은 매개체를 따라 전달되는 진동이다.
아래의 그림과 같이, 커다란 북 위에 구슬들을 올려 두고, 그 북을 내려친다고 생각해 보자.
구슬들을 올려둔 북을 치면, 그 구슬들은 천장을 비롯한 사방팔방으로 튀어 오를 것이다. 그럼 이 구슬들이 왜 튕겨 나가는 것일까? 바로 여기에 소리의 본질이 있다. 구슬들이 움직이는 이유는 북의 표면이 움직이기 때문, 다시 말해 진동하기 때문이며, 그 진동이 구슬로 전달되어 구슬이 튕겨 오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소리를 들을 때마다 구슬이 귀에 날아와 박히는 것은 아니다. 북의 표면이 진동하면, 그 진동이 공기를 따라 전달된다. 그러면 그 공기의 미세한 압력 변화가 우리의 고막을 두드리고, 이 진동이 청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되어 ‘소리’로 인식된다. 북과 귀를 연결해 주는 매개가 바로 공기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북 표면의 진동이 구슬을 움직여 천장 형광등을 깨뜨리는 것처럼, 북의 진동이 공기를 움직이고, 그 공기가 우리의 고막을 진동시켜 신호를 전달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소리를 듣는 과정이다.
진동수(주파수)
이제 소리가 생겨나서 우리가 그 소리를 인지하는 과정까지 살펴보았다. 여기서 알게 된 것은, 소리란 결국 진동의 전달, 다시 말해 파동(wave)이라는 것이다. 파동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진동수를 가진다는 점이다. 진동수라는 말보다 Hz(헤르츠)라는 단위가 더 익숙할 것이다. 이 의미는 초당 진동수, 즉 1초 동안 몇 번 진동하느냐를 나타낸다.
주파수는 고음과 저음을 결정한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대략 20Hz에서 20,000Hz까지다.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신생아는 이보다 폭이 넓고, 나이가 들수록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범위가 줄어든다. 이를 가청주파수라고 한다. 주파수가 높으면 고음, 낮으면 저음으로 느껴진다. 예를 들어 음악의 도레미파솔라시도 중 ‘라’에 해당하는 음은 440Hz에 해당하며, 한 옥타브 위는 두 배인 880Hz, 한 옥타브 아래는 절반인 220Hz이다.
주파수는 소리의 경로를 결정한다
진동수에 따라 소리의 전달 경로도 달라진다.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는 주파수와 관련이 있다. 주파수가 낮을수록 파장이 길어 장애물을 돌아가며 퍼질 수 있고(회절), 주파수가 높을수록 파장이 짧아 직진성이 강하다. 그래서 낮은 주파수는 멀리 퍼지고, 높은 주파수는 지향성(방향성)이 강하지만 차단되기 쉽다.AM 방송은 산 너머에서도 들리는데, FM 방송은 그렇지 않다.
이 현상은 가청주파수 대역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노래방 앞을 지나가면 문이 닫혀 있어도 ‘쿵쿵쿵’ 하는 저음이 들린다. 반면 문을 열면 그동안 차단되어 있던 고주파수의 소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높은 진동수의 소리는 직진성이 강하고 지향성이 크다. 반면 낮은 주파수의 소리는 퍼져나가는 성질이 강해 차단하기 어렵다. 이를 파동의 회절이라 한다.
시간에 따른 크기의 변화 : 엔벨롭(Envelope)
모든 소리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예를 들어, 구슬이 가득 담긴 북을 한 번 쳤다고 생각해 보자. 북채가 닿는 순간 ‘쿡!’ 하는 소리가 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쿵~~’ 하며 점점 작아진다. 이때 북의 진동수가 변한 것이 아니라, 진폭이 서서히 줄어든 것이다. 즉, 시간에 따라 소리의 크기가 변화하는 것을 엔벨롭(Envelope)이라 하며, 이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을 엔벨롭 그래프라고 한다.
음색
소리의 중요한 두 가지 특징, 주파수와 엔벨롭을 살펴보았다. 이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되어 음색이 만들어진다. 피아노의 ‘라’와 바이올린의 ‘라’는 모두 440Hz로 동일한 진동수를 가지지만, 우리는 금방 서로 다른 악기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왜일까?
이 세상의 모든 발성체(사람의 성대, 악기, 손뼉, 나무판 등)는 크기와 모양, 재질이 제각각 다르다. 같은 주파수의 음을 낸다 하더라도, 그 발성체의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배음(harmonics)이 덧붙여진다. 이러한 배음이 각각의 비율로 합쳐지고, 악기의 구조와 발성 메커니즘에 따라 고유한 엔벨롭이 형성된다. 바로 이 차이가 우리가 피아노의 ‘라’와 바이올린의 ‘라’를 구분할 수 있게 만드는 이유다.
마무리
이제까지 소리에 대해 물리적인 관점에서 아주 얕게 알아보았다. 지금 이 문장을 읽고 있다면, 독자 당신은 대단한 거다. 나 같았음 중간에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 버리든 할텐데…
하여튼, 지금은 무슨 소리인지 몰라도 상관 없다. 그냥, 한 번 쭉 읽고 넘어가 주기만 하면 된다. 자세한 것은 전기 음향장비를 다루는 2장 부터 그때그때 설명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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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게시 (http://i.am/eq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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