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의 성능 지표와 음향 시뮬레이션 EASE 소개 – 초보의 초보 음향 공개강좌 마지막회

스피커의 주요 성능 지표인 음압레벨(SPL : Sound Pressure Level), 정격출력(Power Rating)등의 정의와 의미에 대해 알아보고, 음향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EASE의 결과를 통해 STI(Speech Transmission Index)등의 실내 음향 특성 지표들을 살펴본다.

스피커에 대한 두 번째 강좌로, 스피커의 스펙들 중에서 중요하고 알고 있어야 하는 특성들에 대해 정리해보고, 추가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음향 시뮬레이션 툴인 EASE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제, 스피커의 마지막 강좌이자, 본 강좌의 마지막 장을 시작해 보겠다.

스피커의 특성들

스피커의 매뉴얼을 살펴보면 스피커의 여러 가지 사양(스펙)들이 기록되어 있다. 용도에 맞는 스피커를 선정하고, 선정한 스피커를 정확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스피커의 사양을 바탕으로 특성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스피커의 스펙들 중에서 대표적이며, 웬만하면 알고 있는 게 좋은 일부 항목들을 정리해 보았다.

주파수 범위 (Frequency Range)

다른 음향 장비들과 동일하게, 스피커가 재생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을 표시한다. 일반적인 풀 레인지 스피커의 경우 재생 가능한 저음역의 하한 주파수가 50~60Hz 정도이며, 고음역대의 상한 주파수는 16KHz 정도부터 시작한다. 생각보다 이런 이유로 풀 레인지의 저음 보강을 위해 별도의 우퍼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더 아래 영역까지 커버가 가능한 풀 레인지 스피커들도 많다.)

정격출력(Power Rating)

정격출력은 스피커의 가장 대표적인 스펙으로, 스피커가 감당할 수 있는 전력의 크기를 나타낸다. 이 말은, 스피커 유닛의 보이스 코일과 크로스오버 회로에 무리를 주지 않고 연속해서 흘릴 수 있는 전류의 양과 연관이 있다. 스피커 전력의 크기를 나타내는 숫자이므로, 당연하게 단위는 W를 사용한다.

전력 얘기하다가, 갑자기 왜 전류 얘기가 나오는가? 이해가 되지 않는 독자 제위께서는 전에 보았던 전력을 구하는 공식인

전력(P)[W] = 전압(V)[V] × 전류(I)[A] = 전류(I)[A] 2 ×저항(R)[Ω]

을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 스피커의 임피던스가 변하지 않고 있으니, 전력이 높다는 이야기는 큰 전류가 흐른다는 이야기다. 과도한 전류가 흐르면 크로스오버를 구성하는 소자나 보이스코일이 파손되어 스피커가 고장 난다. (흔히 스피커가 ‘나갔다’ 라고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스피커의 제원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W]로 표시된 숫자들이 여기저기 꽤 많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피크(Peak)를 표시해 두는 경우인데, 이 숫자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버틸 수 있는 출력을 나타낸다. 자세히 보면 해당 수치 옆에 자그마하게 피크라고 표시되어 있고 조건이 적혀 있을 것이다. 이 숫자를 오해하고 대 출력 앰프에 스피커를 물려 버리면 곧 스피커가 잠잠해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실제로 주의깊게 보아야 하는 항목은, Continuous 또는 RMS 로 표기되는 연속 정격 출력이다. 여기에 적힌 이 숫자가, 제조사에서 스피커를 주구장창 울려 대도 버틸 수 있다고 보장하는 출력이기 때문이다.

만약 바이앰프 구동을 지원하는 스피커라면, 각 스피커 유닛 별로 허용되는 전력량이 따로 적혀 있다. 바이앰프 구동시에는 이 숫자를 보고 적절한 앰프를 선정해야 한다.

음압레벨(SPL : Sound Pressure Level)

음압레벨이란 스피커가 소리를 얼마나 큰 소리를 낼수 있는지 나타내는, 스피커의 수많은 성능 지표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핵심 성능지표이다. 측정 하는 방법은 제조사마다 상이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스피커에 1W의 출력을 걸어 두고 스피커로부터 1M 떨어진 지점에서 측정한 소리의 크기를 기준으로 한다. (보통 측정 조건을 함께 기재해 둔다.) 이 수치가 바로 dBSPL이다.

파워앰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정격 출력(Rated Power)은 밥통의 크기와 같다고 했다. 만약 음압레벨 100dBSPL 짜리 스피커가 있다면 1W의 전력을 먹고 100dB 크기의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로, 음압이 높으면 같은 앰프의 출력(같은 밥을 먹고)으로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당연한 얘기지만, 큰 소리는 더 멀리까지 전달될 수 있는데, 이러한 고 음압이 필요한 극단적인 예 중의 하나가 대북 확성기 방송이다. 공식적인 스펙은 공개되어 있지 않으나 휴전선에서 40km 떨어진 개성 시내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는 증언을 바탕으로 계산하면, 못해도 혼 스피커 만으로 120dB SPL 정도의 출력을 내는 셈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용 혼 스피커 어레이
대북 확성기 스피커 – 뉴스1

일반적인 상업용 스피커들은 최소한 90dB SPL 정도, 라인 어레이 스피커들의 경우, 최대 130~140 dB SPL의 음압을 가진다.

임피던스(Impedance)

스피커의 임피던스이다. 앞서 파워앰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같은 앰프라고 할 지라도 스피커의 임피던스에 따라 출력 가능한 파워가 변하고, 임피던스가 매우 낮을 경우에는 파워앰프에 손상이 가기도 한다고 했다. 스피커를 직-병렬 연결하여 운영 할 때 합성 임피던스를 계산하기 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파워앰프와 정합이 맞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꼭 알고 있어야 하는 특성이다.

보통 Nominal Impedance가 적혀 있는데, 이는 노말모드로 운영할 때 스피커의 공칭 임피던스를 말한다. 만약 바이앰프 모드를 지원하는 스피커의 경우라면, 각 스피커 유닛 별로 임피던스가 적혀 있다. 일반적인 SR용 스피커의 경우 보통 4 ~ 8Ω이다.

무게와 크기

다른 특성들도 많이 있지만, 본 필자는, 위의 세 가지 특성 다음으로 중요한 스피커의 특성이 바로 무게와 크기라고 생각 한다. 음향시스템에서 가장 큰 덩치와 무게를 자랑하는 게 바로 스피커다. 어느 정도의 무게인지 알아야, 스피커를 들고 나를 때 뿐만 아니라, 설치할 공간이 무게를 버텨주는지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스피커의 대략적인 크기와 모양을 알아야 사용하려는 공간에 적합한지 아닌지를 판단 할 수 있다.

스피커는 청중의 시선을 많이 차지한다. 특히 보통 스테이지의 좌우에 설치하는 메인스피커의 경우, 천장이 좀 낮거나 스테이지가 작으면 매우 위압적으로 다가오거나 객석의 시선을 가리게 된다. (필자는 메인 스피커로 가지고 간 스피커를 모니터로 돌리고, 모니터로 가져간 스피커를 메인 스피커로 사용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본 적도 있다. 너무 커서 보기 싫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SR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었던 JBL SR-4733X의 경우, 높이가 1200mm이고 폭이 600mm정도에 무게가 50kg정도 된다. 스피커를 올려두는 바닥이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지 확인해 보아야만 한다. 심미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안전을 위해서도 알고 있어야 할 내용 되겠다.

분산 각도 (Dispersion Angle)

스피커를 기준으로, 스피커에서 방사되는 에너지 (출력되는 소리)가 퍼져 나가는 각도를 말한다. 분산 각도 (Dispersion Angle)라고 설명 했으나, 지향각이라 생각하면 된다.

점음원(Point Source)의 분산각도에 따라 거리 증가 시 음압이 확산되어 면적이 커지는 원리를 설명하는 도식
점음원의 방사패턴

상하 수직 각도와 좌우 수평 각도가 있다. 이것을 바탕으로 스피커에서부터 시작되는 가상의 원뿔을 그려, 스피커에서 출력되는 직접음이 도달하는 영역을 짐작해볼 수 있다. 만약, 청중이 자리하는 위치에 직접음이 도달하지 못하는 구역이 있다면, 프론트 필과 같은 서브 스피커를 추가로 배치하여 해당 구역을 채워 주어야 한다. 적은 수의 스피커로 최대한 넓은 공간을 커버하기 위한 스피커 설치 방법을 고민하는데 알고 있어야 하는 중요한 특성이다.

지향 지수 (Directivity Factor : Q Factor)

일단, 지향 지수라고 하는 Q 팩터는, Equalizer에서 봤던 Q 와는 다른 값이다. 큐 팩터는, 스피커 전체의 출력 중에서 특정한 방향을 향하는 출력이 어느 정도 인가를 나타내는 값으로, 스피커 출력의 지향성이 어느 정도인가를 나타내는 값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스피커의 출력이 특정한 방향을 향한다는 의미로, 지향성이 예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크로스오버 주파수 (Crossover Frequency)

2 way 이상의 스피커의 경우, 입력받은 신호를 주파수 대역에 따라 분리해 고음역대의 신호는 트위터로, 저음역대의 신호는 우퍼로 보내는 네트워크 회로가 있다. 네트워크에서 고음과 저음을 구분하게 설계된 기준 주파수를 크로스오버 주파수라고 한다.

이와 함께 ‘추천 크로스오버 주파수’가 있는 경우도 있다. 내부의 네트워크 회로에 이미 설정된 크로스오버 주파수가 있는데, 뭘 또 추천한다는 건가 하니, 바이앰프 구동을 할 경우에는 크로스오버가 파워앰프의 전단에 위치하고, 사용자가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직접 조정해 주어야 한다. 그럴 경우 여기서 말한 추천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참고하여 외부 크로스오버를 셋팅 해, 각각의 구동 앰프에 입력해 주면 된다. 만약, 유닛이 2개 이상일 경우라면, 크로스오버 주파수도 그에 맞춰 2개 이상의 주파수가 제공 될 것이다.

이렇게 스피커의 주요 성능 지표들과 스펙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대략적으로 정리해 보았다. 눈치 빠른 독자 제위께서는 이미 눈치 챈 것처럼, 스피커의 성능 지표들은 마이크와 매우 유사하다. 앞에서 말했듯, 그 구조가 동일 하기 때문이다. 본 강좌에서 다루지 않은 스피커의 성능 지표들에 대해서는 3강 마이크편을 참고하기 바란다. 보면 알겠지만 매우 유사할 것이다.

음향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 EASE

지금까지 살펴본 모든 내용을 실제 공간에 적용해 보면, 결국 어디에 스피커를 놓아야 가장 잘 들리는가?라는 질문에 도달한다. 짬을 좀 먹다 보면 경험과 감각으로 상당 부분 해결하지만, 복잡한 공간에서는 감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되는 도구가 바로 AFMG의 실내 음장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EASE이다.

EASE Acoustic Simulation
EASE 음향 시뮬레이터

EASE는 캐드(CAD)를 이용해 공간을 만든 다음, 스피커를 골라 자리에 배치했을 때, 소리가 어떻게 분포하게 되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아주 유용한 도구 되겠다. 단, 캐드를 어느 정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비싸다. 그것도 꽤나 비싸다. 하지만, 홈페이지에서 데모버전을 제공해 주고 있다.

STI (Speech Transmission Index)

STI (Speech Transmission Index)IEC 60268-16에 따른 스피치(Speech, 연설이나 강의등의 육성)의 명료도 지수로, 공간 음향의 핵심적인 지표이다. 0에서 1까지의 값을 가지고, 0.6 이하로 떨어지면 육성의 발음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는 의미다.

EASE STI (Speech Transmission Index) Anaylze
EASE를 이용한 공간의 명료도(STI) 분석

Total SPL

Total SPL은 전체 음압을 의미한다. 스피커의 직접음, 반사음, 간섭등을 모두 계산해서 공간 전체에 소리가 얼마나 균일하게 분포하는지 보여준다. 일반적인 사람의 대화 크기인 70dBSPL 미만인 지점에서는 옆사람과의 대화 소리에 스피커소리가 묻힐 수 있다 생각하면 된다. 한마디로, 이게 낮은 위치에서는 소리가 잘 안들린다는 이야기이다.

Total SPL Analyze - EASE
EASE를 이용한 공간의 Total SPL 분석

Direct / Reverb Ratio

스피커에서 출력되는 소리(Direct sound)와 공간에서 반사된 반사음(Reverb sound)의 비율을 의미한다. 당연하지만 잔향 비율이 높을수록 소리의 명료도는 떨어진다. 이럴 경우 서브 스피커들을 추가로 배치하거나 해서 직접음의 비율을 올려주어야 한다.

EASE Direct-Reverb Ratio Analyze
EASE를 이용한 직접음대 반사음비 분석

First Arrival Time

First Arrival Time(첫 도달 시간)은 스피커에서 나온 직접음이 청음 위치에 도달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시각과 청각 사이의 지연시간(delay)를 의미하며, 과도하게 늦어질 경우 눈으로 보는 모습과 귀에 들리는 소리의 ‘싱크(sync)’가 맞지 않아 부자연스럽게 들리게 된다.

EASE FirstArriveTime Analyze
EASE를 이용한 공간의 최초 음향 도달 시간 분석

Overlap

여러 스피커에서 나온 소리가 한 지점에서 얼마나 겹치는가(중첩 수)를 보여준다. 숫자가 높을수록 여러 스피커가 동시에 같은 위치에 소리를 보낸다는 의미로, 위상 간섭이 생기고 소리가 물렁해진다.

EASE Overlap Analyze
EASE를 이용한 공간의 Overlap 분석

위에 든 예를 제외하고도 Clarity Map, L7(7ms이내의 초기 반사음) 분포도, L50(50ms이내의 확장 반사음), Direct SPL 분포 등 공간의 여러 음향 특성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이러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은 정밀한 음향 조정이 필요하거나 거대한 공간의 음향시스템을 설계하는데 필수적이다. 즉, 실무보다 건축 음향과 같은 설계쪽에서 더 사용할 일이 많다. 그럼에도 초보의 초보 음향 공개강좌에 EASE를 소개하는 이유는, 음향 엔지니어는 ‘보이지 않는 소리를 머릿속에서 그림처럼 그릴 수 있는 능력’ 즉, 공감각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음향 엔지니어는 사용하는 감각과 도구가 다를 뿐 동일한 작업을 한다. 화가가 형태와 색상을 가지고 캔버스를 채운다면, 음향 엔지니어는 음색과 레벨을 가지고 공간을 채운다. 머릿속으로 들리는 소리들을 시각화하고, 공간에 울리는 소리의 모습을 눈으로 보는 연습은 음향 엔지니어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더욱 깊은 음향의 세계로 들어가고자 하는 독자 제위께, 찾아볼 만한 키워드(keyword)가 가득 담겨 있는 자료를 드리자 하는 마음도 있다.(사실, 본 강좌의 내용도 심화한다면 수십 챕터는 나올 수 있지만…)

초보의 초보 음향 공개강좌의 마무리

부족한 글임에도 읽어 주신 독자 제위께 깊이 감사드린다. 어떤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며, 어떤 마음으로 이 강좌를 찾아오셨는지 비록 알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 마음속 어딘가에

음향 기기를 잘 다뤄서 더 좋은 소리를 만들고 싶다.

라는 소망이 있었기에 독자 제위와 본 필자의 글이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소망을 이루시는데 본 강좌가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언젠가, 독자 제위의 손으로 만든 소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고, 그것이 독자 제위의 행복과 보람이 된다면, 필자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이 글로 초보의 초보 음향 공개강좌는 마침표를 찍는다. 2005년 3월 17일 첫 글을 올린 이후, 긴 시간 중단과 재정비를 거쳐 2024년 완성하고, 2025년 11월에 블로그를 이전하며 다시 다듬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네이버 블로그 시절,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글에 ‘다음 강좌는 언제 나오나요’라는 댓글을 달아 주셨던 (이러한 초보 강좌를 볼 필요가 없게 되셨을)여러 독자 제위께도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모두들 평안하고 건승하시라! 마지막으로, 본 필자가 수차례 강조했던 말로 본 강좌를 마무리 하도록 하겠다.

모든 음향 시스템은
[입력] – [가공] – [출력]
이다. 처음 본다고 쫄 필요 없다!

이 글을 퍼 가실 때에는 출처(교양있는 엔지니어 : https://www.decteng.com/)를 반드시 표시하셔야 합니다.

초보의 초보 음향 공개 강좌 전체 보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