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 선은 전기 선이다. – 초보의 초보 음향 공개강좌 ⑯

스피커 케이블의 평행선 구조와 극성, 스피콘 등의 커넥터 종류와 함께 스피커 선 배선 시 주의점과 관리 방법에 대해 설명합니다.

음향시스템에서 사용되는 케이블은 5강에서 설명한 소신호 전달용으로 사용되는 마이크 케이블과, 파워앰프의 전력을 스피커로 전달하는데 사용되는 스피커 케이블로 나눌 수 있다.

마이크 케이블은, 다루는 신호가 약한 신호(마이크 및 라인레벨 등) 이다. 쉽게 말해서, 맨손으로 선을 잡는다고 해서 별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 정도의 신호인 소신호(Small Signal) 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맨손으로 잡아 대라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반면, 이번 회차에서 설명할 스피커 케이블은, 다루는 신호가 ‘전력’의 범주에 들어가는 매우 강한 신호이다. 잘못 다루거나 맨손으로 잡았다가는 병원에 실려가거나, 불꽃놀이를 볼 수 있을 정도의 세기를 가졌다는 말이다.

스테이지 모니터 스피커 옆에서 케이블을 조립하는 엔지니어

스피커 케이블의 기본 개념

우리는 앞서 파워앰프가 스피커로 전달하는 신호는 단순한 음향 신호가 아니라, 스피커를 구동하기 위한 전력(power)이란 것을 확인했다. 즉 전력을 전달한다는 관점에서, 스피커선과 일반적인 가전제품의 전기선은 별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다.

평행선(Parallel Wire)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전기선’은 전기기기 동작에 필요한 전력을 전달하는 전선이다. 이러한 전선은 쉴드(Shield)가 없이 절연체로 감싸진 두 개의 도체(구리선)가 평행한 형태로 배열되어 있으며, 이 구조 때문에 평행선(Parallel Wire)이라고 부른다.

적색선과 흑색선이 붙어있는 스피커선 이미지
스피커선

용도에 따라 도체의 가닥 수나 절연체의 색상·재질은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인 형태는 동일하다. 스피커 케이블도 이와 같은 전기선을 기반으로 하며, 5강에서 설명했듯 케이블의 용도는 양 끝단에 어떤 커넥터를 달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같은 평행선이라도 플러그가 달리면 전원 케이블, 스피커 단자가 달리면 스피커 케이블이 되는 것이다.

스피커 케이블의 특징

평행선과 구조는 동일하지만, 개중에도 특히 스피커를 연결하는데 적합하도록 만든 케이블들을 일반적으로 ‘스피커 케이블’이라 부른다. 전기선과 구조는 같지만, 반복적인 사용 환경과 음향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몇 가지 (무시할 수 있는) 작은 차이를 가진다.

  • 전선의 피복

    스피커용 전선은 피복이 투명한 재질(보통 PVC)로 제작되어 내부 도체가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스피커 케이블의 전형적인 외관이지만, 일반 전기선과 비슷한 불투명 피복을 사용한 제품도 존재한다.

    투명 PVC 재질 스피커 선
    투명 PVC 재질 스피커 선
  • 도체의 구성

    스피커 선은 대부분 연선이다. 연선이란, 도체 부분이 하나의 굵은 전선이 아닌, 여러 가닥의 가느다란 도체를 합쳐 놓은 형태의 전선을 말한다. 스피커 선은 그 특성상 풀고 감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스피커 선이 단선으로 되어 있다면 뻣뻣해서 풀고 감기에 어렵고, 자주 굽히고 펴기를 반복하면 선이 끊어질 수 있다.

  • 도체의 재질

    스피커 선을 찾다 보면 자주 발견할 수 있는 표현이 있다. 바로 OFHC(무산소동)를 사용했다는 표현이다. 구리에서 산소를 제거한 무산소동은 일반 동에 비해 전기전도성과 내구성이 좋다고 한다. 굳이 스피커용이 아니라 하더라도, 고급 케이블이라면 적용되는 선 재료이다.

스피커선의 극성 구분(polarity)

스피커 선으로 판매되는 케이블들을 잘 보면 각 선마다 특별한 표시가 되어 있다. +와 -를 구분하기 위한 표시인데, 어떤 케이블은 피복의 색으로, 어떤 케이블은 피복에 특별한 표시로, 어떤 케이블은 도체의 색으로 구분한다. 마이크 케이블과 비슷하게, 어둡거나 무채색의 선을 -로, 밝거나 유채색의 선을 +로 사용한다. 본 필자가 그림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극성의 방향을 함께 그려 두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여러 스피커 케이블의 극성 구분 예
여러가지 스피커 케이블의 극성 구분 예

위 그림의 오른쪽 아래를 보면 다른 선들과 다르게 도체가 4가닥인 선이 있다. 이 케이블은 Canare 사의 4S6 스피커 케이블로, 하나의 케이블에 도체 4가닥이 들어 있어 스피커 2대분의 신호를 하나의 케이블로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를 스타쿼드(Star-Quad) 타입이라고 한다.

파워앰프의 출력은 교류라 했고, 교류시스템에는 극성이 없을 텐데, 갑자기 왠 +극 -극 얘기인가 싶은 독자 제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스피커 선의 극성을 반대로 연결해도 소리는 잘만 나온다. 그럼에도 극성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는 위상(Phase) 때문이다.

만약 스피커가 두 개 이상 있고, 극성을 서로 반대로 연결했다면 소리가 매우 답답해진다. 두 스피커가 서로 반대되는 위상의 소리를 출력하면서 서로의 소리를 잡아먹기 때문이다. (이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 바로 ‘노이즈 캔슬링’이라 불리는 음장 제거 기술이다.) 때문에 파워 앰프와 스피커의 극성을 바르게 연결해 주어야 한다.

스피커의 커넥터(Speaker Connectors)

이제, 이 케이블에 파워앰프와 스피커에 연결할 수 있는 커넥터를 달아주면, 우리가 비로소 스피커선이라 부를 수 있는 물건이 만들어 진다. 스피커 용으로 사용되는 커넥터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스피콘(SpeakOn)

Speakon 커넥터 & 스피커 단자 이미지
Speakon 커넥터 & 스피커 단자

현대의 파워앰프와 스피커는 대부분 이 커넥터를 사용한다. 뉴트릭(Neutrik)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커넥터이지만, 거의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 커넥터로 일단, 도체 접점부가 외부로 노출되지 않아, 취급하기에 수월하다.

바이앰프(Bi-Amp : 다음장에서 설명한다) 구동을 위한 4선 연결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플러그를 삽입하고 돌려주면, 걸쇠에 걸리는 구조라 쉽게 빠지지 않도록 되어 있다. 흔히 사용되는 NL2/4 규격의 스피콘 커넥터는 약 30A (약 1500W 수준), 좀 더 굵은 NL8 규격의 경우 40A(약 2000W 수준)의 전류까지 버틸 수 있다. 한마디로 요놈을 쓰면, 스피커선 굵기 말고는 딱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

와이어 터미널(Wire Terminal)

터미널 블록
터미널 블록

뭔가 거창하게 써 두긴 했으나, 그냥 고정용 볼트가 달려 있는 단자대이다. 내부에 전선을 고정하는 리셉터클이나 나사가 있어, 케이블을 물려 사용하는 형태이다. 사이즈를 키우면 사용할 수 있는 전류도 커지고, 일단 물려 놓으면 웬만해서 잘 풀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으나, 단자 부분이 실수로 단락(쇼트)되기도 쉽고 (나사 풀다가 쇼트내는 경우가 많다. 드라이버 떨어뜨리는 건 부지기수), 설치-해체 하기에도 불편해서 업무용 장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나사 떨어뜨리면 찾기가 힘들다.

1/4” TS 폰 플러그 (Phone Plug)

1/4인치 TS 스피커 케이블 & 스피커 입력 단자(Phone Plug)
TS 스피커 케이블 & 스피커 단자

우리가 흔히 악기/장비 간의 연결에 사용하는 1/4인치 폰 플러그이다. (음향의 세계에서 이 플러그는 정말,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다.) 구형 장비들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악기용 케이블과 마찬가지로, TOP 부분이 +극이고, SHIELD 부분이 -극이다. 단자가 외부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취급에 주의해야 한다.

폰 플러그는 외부로 노출된 플러그 몸체 자체가 SHIELD와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앰프 사용 중에는 맨손으로 만지지 않는 게 신상에 좋다. 더해서, 플러그 자체의 굵기 제한 (스피커 선이 너무 두꺼우면 조립을 할 수 없다.) 때문에 대전력용으로는 사용하기에 힘든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폰 플러그를 사용해 스피커를 연결해서 쓰다 보면, 발열로 인해 녹아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폰 플러그를 스피커 연결에 사용할 경우에는 반드시 소신호용 폰 플러그 대신 스피커용 폰 플러그를 사용해야 한다.

바나나 플러그

바나나 플러그 & 바인딩포스트 단자
바나나 플러그 & 바인딩포스트 단자

와이어 터미널의 고급버전(?)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쉽게 설치 및 해체를 할 수 있으나, 반면 너무 쉽게 빠질 경우가 있다. 그리고 도체 부분이 노출되어 있기때문에 취급에 주의해야 한다.

스피커 선의 관리와 배치

지금까지 15회에 걸친 음향 강좌 중에서 관리와 배치(포설)부분을 따로 떼어내어 얘기한 적은 없었다. 스피커선은 그만큼 관리와 그 배치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이 몇 가지 원칙을 잘 기억하고 있으면 스피커선 때문에 고생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청결하게 유지하라

장비의 청결 유지는 모든 장비에 필요한 것이나, 스피커 커넥터부분의 청결 유지는 안전과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접점 부분에 녹이 슬어 있거나, 먼지 등이 쌓여 있는 경우, 운이 좋으면 접촉불량이요 재수없으면 불꽃놀이를 보게 된다. 케이블의 외피를 비롯, 커넥터 부분은 오염되지 않도록 한 번씩 청소해 주고, 가능 하다면 접점 부활제등을 이용해 접촉저항을 줄여줘 손실을 방지하도록 하자. 인터넷에서 싼거는 만원도 안 한다.

길이는 짧게

일단 선이 짧아야 하는 이유는, 선이 길수록 전선의 저항 때문에 스피커로 전달되는 전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스피커와 파워앰프 사이의 케이블은 가능한 짧게 유지해야 한다. 물론, 매번 스피커 케이블의 길이를 조절하기 위해 잘라댈 수는 없겠지만, 고정식 시스템이라면 최소한의 여장(여유길이)만을 두도록 한다.

밟히거나 눌리지 않도록

의외로 많은 현장에서, 스피커선들은 발에 밟히거나 무엇인가에 눌리거나 하는 위치를 지나갈 경우가 많다. 선이 밟히거나 무거운 것에 눌리면, 해당 부분이 손상되며 저항 값이 증가하게 된다.

전력 케이블에서의 저항 증가는, 전력 전달에 방해가 되는 것을 넘어, 케이블에 열을 발생시킨다. 열이 발생한다는 것은? 119에 전화할 가능성이 올라간다는 얘기다.

그리고, 케이블에 걸려 넘어져서 다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사람도 다치고, 케이블이 당겨지면서 장비도 다친다. 일단 케이블은 가급적 사람이 지나갈 일이 없는 경로로 포설하고, 직접적인 압력이 가해지지 않도록 케이블 덮개를 사용하거나, 청테이프로 고정이라도 해 두어야 한다.

전선 덮개
전선 덮개

절대로 동그랗게 정리하지 말 것

전자부품 중에 코일(Coil)이라고 하는 부품이 있다. 이 코일은 교류에서는 저항성분으로 작용하는데, 코일을 길게 만들어 집어넣은 제품이 바로 전기 히터 되시겠다.

코일과 히터
코일과 히터

코일이라는 놈은 도체를 동그랗게 말아서 만든다. 제작하는 방법이 매우 간단하여, 우리들도 아래의 그림의 예와 같이 매우 손쉽게 이 코일이라는 놈을 만들 수 있다.

릴 케이블과 전원 케이블
릴 케이블과 전원 케이블

긴 선을 정리한답시고 전선을 동글동글 말아 두면, 보기에는 참 예쁘고 깔끔해 보인다. 허나, 교류 전력용 케이블은 절대로 이렇게 동글동글 예쁘게 정리해서 사용하면 안 된다. 특히, 위의 사진처럼 케이블 타이 등으로 딴딴하게 묶어 놓기까지 했다면? 축하한다. 수제 코일의 성능을 개선시키는데 성공했다!

스피커 케이블로 만들어진 이 코일은, 교류 전력인 파워앰프의 출력에 저항으로 작용하면서 추가적인 열을 발생시킨다. 이 열은, 겹겹이 둘러 쌓인 전선들로 인해 빠져나가지 못하고 전선의 온도를 점차 상승시키고, 전선 피복끼리 눌어붙게 만들어 결국 단락(쇼트)를 일으키게 된다.

이것은 모든 전력 케이블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위 사진 오른쪽의 흔히 돌돌이라 부르는 전원 릴 케이블에도 적용된다. 릴 케이블의 사용 설명서에 괜히 귀찮게 릴 케이블을 다 풀어놓고 쓰라는 게 아니다.

이런 이유로, 스피커 케이블의 길이가 남을 경우, 말아 두기 보다는 다른 곳으로 빙~ 돌려서 정리하는 것이 좋으며, 말아야 하는 상황이라도 최대한 반경을 넓게, 그리고 선들을 과도하게 꽉 묶어두지 않아야 한다. 특히 케이블 타이를 이용할 경우, 너무 강하게 조이지 않아야 한다. 케이블 타이로 오랬동안 꽉 조여놓은 케이블의 경우, 해체할 때 불꽃을 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소신호 선과는 직각교차

스피커선(전력선)은 주변에 방사하는 전자기 노이즈가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신호들에 영향을 끼친다. 이걸 막으라고 쉴드가 있는 거긴 하지만, 정도를 벗어난 경우에는 결국 소신호는 잡아 먹히게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스피커선(또는 전력선)은 마이크선과 같은 소신호선과 떨어뜨려 주어야 한다. 신호가 잡아 먹히거나, 노이즈가 유입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나란히 붙어서 평행으로 가는 것은 가급적 피하고, 서로 교차해야 할 경우에는 X 모양으로 직각교차 시켜 주어 간섭을 최소화하도록 한다.

마무리

이제 드디어 전기 음향 시스템을 구성하는 마지막 요소, 스피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차례가 되었다. 두 챕터에 걸쳐 스피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다음시간에는 스피커에 대한 첫 강좌로, 스피커의 원리와 여러 가지 스피커들의 종류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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